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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연합뉴스) 류호준 기자 = "물난리, 불난리도 이 정도는 아니었지."
지난 12일 오후 강원 강릉시 강문해변을 걷던 시민 박성아(67)씨는 깊은 한숨과 함께 이렇게 말했다.
평생을 강릉에서 살아온 그는 숱한 재난을 겪어 왔다.
2002년 태풍 루사가 휩쓸고 간 여름, 870.5㎜의 기록적인 폭우가 하루 만에 쏟아졌다.
집안 방바닥까지 물이 차오르던 장면. 무너져 내린 담황금성갈갈이
벼락과 떠내려간 살림살이, 밤새 양동이로 물을 퍼내던 기억은 아직도 선명하다.
그는 20여년 전을 회상하며 "그때는 집은 다 망가져도, 동네 사람들이 서로 김치며 쌀을 나눠주고 전국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몰려와 힘을 냈다"고 말했다.
이듬해에는 태풍 매미가 몰아쳤다.
루사 피해 복구가 채 되기도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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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에 주택 지붕이 날아가고 도로는 끊어졌다.
2014년 2월에는 11일간 눈이 내리며 179.4㎝의 기록적인 적설량을 기록했다.
2023년 4월에는 경포 산불이 발생해 주민 수백 명이 대피하고, 경포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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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강릉 루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 모든 순간은 두려웠지만, 결국 '끝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 가뭄은 다르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시민들을 더 지치게 하고 있다.
박씨는 "루사 때는 비가 한 시간만 모나미 주식
더 내렸으면 오봉저수지가 터진다는 얘기가 돌았는데, 지금은 그 오봉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니"라며 허탈해했다.
강릉 시민들이 느끼는 이번 가뭄의 가장 큰 두려움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다.
태풍, 산불, 폭설 역시 피해가 컸지만, 며칠이나 몇주 후면 지나갔다.
그러나 가뭄은 하루하루 사오르는종목
람들의 삶을 조금씩 메마르게 만든다.
한 시민은 "태풍은 집을 무너뜨려도 다시 지으면 됐고, 산불은 잿더미라도 치우고 나면 새싹이 돋았다"며 "가뭄은 매일 물이 줄어드는 걸 눈으로 확인하는 게 더 괴롭다"고 토로했다.
가뭄 장기화로 생활 풍경도 달라졌다.
생수로 세안하고, 생수통과 양동이를 들고 다니는 시민들의 모습이 일상이 됐다.
빨래는 미루고, 식사는 일회용품으로 한다.
제한 급수로 강릉 시내 곳곳에서 '시간제 급수'를 시작하자 시민들은 정해진 시간에 물을 받기 위해 일과까지 조정하고 있다.



2023년 4월 강릉 경포 산불 [연합뉴스 자료사진]


강릉은 올해 강수량(417.2㎜)이 평년 강수량(1,064.7㎜) 40%에 미달한다.
가뭄 해갈을 위해서는 올해 강수량을 넘는 수준의 비가 내려야 한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지난 5일 강릉을 방문한 김민석 국무총리가 현 가뭄 상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한 것처럼, 시민들은 가뭄 장기화 조짐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달 중 도암댐 방류가 예정돼 있긴 하지만 수질 검사 결과에 따라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
답답한 현실에 지역 사회에서는 기우제와 기도회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구시대적 풍습 아니냐?"는 시선도 있지만, 시민들은 "오죽하면 이런 방법까지 하겠냐?"고 반문한다.
주말 간 동해안에는 20∼60㎜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시민들은 이번 비가 '가뭄에 단비'가 되길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2014년 2월 강릉 폭설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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